최근 일본에서 쌀 가격이 급등하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. 일본의 주식인 쌀 가격이 30-40%나 오르면서 일본 국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.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? 오늘은 일본의 쌀 가격 급등 현상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. 또한 한국의 쌀 가격은 괜찮은지 같이 살펴보겠습니다.
쌀 가격 급등의 표면적인 원인
연일 급등하고 있는 쌀 가격 상승 원인에 대해서 일본 정부와 언론에서는 쌀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:
1.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
올해 일본은 폭염과 태풍 등 이상기후로 인해 쌀 생산량이 감소했습니다. 특히 폭염으로 인해 판매가 불가능할 정도로 품질이 저하된 쌀도 늘어났다고 합니다. 당연히 쌀 생산이 적어졌기 때문에 가격은 상승하게 되었습니다.
2. 관광객 증가로 인한 수요 증가
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쌀 소비량도 함께 늘어났다는 분석입니다. 특히 한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크게 늘어 쌀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.
3. 빵 가격 상승으로 인한 대체 수요
밀가루 가격이 오르면서 빵 가격도 함께 상승했고,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입니다.
하지만 이런 요인들만으로 30-40%에 달하는 급격한 가격 상승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. 실제로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쌀 수요 증가는 1.6% 수준에 불과했다고 합니다. 그렇다면 이런 급격한 가격 상승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요?
일본 쌀 시장의 구조적 문제
사실 이번 쌀 가격 급등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 쌀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습니다. 일본의 쌀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폐쇄적인 시장 중 하나로 꼽힙니다.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:
1. 극단적인 보호무역 정책
일본은 자국 쌀 농가 보호를 위해 778%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. 사실상 수입을 차단하고 있는 셈이죠. WTO 협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도 사료용으로만 사용하는 등 철저히 격리하고 있습니다.
2. 정부의 생산량 통제
일본 정부는 쌀 가격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생산량을 통제하고 있습니다. 매년 수요 예측에 맞춰 생산 목표를 정하고,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죠.
3. 비효율적인 생산 구조 유지
일본 정부는 오히려 쌀 생산성 향상을 억제하고 있습니다.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높은 품종 개발을 중단하는 등 효율성 증대를 막고 있죠. 이는 생산량 통제를 위한 조치입니다.
4. 고령화된 농가 구조
일본 쌀 농가의 70%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입니다. 평균 연령은 68.4세에 달합니다. 이런 구조에서는 생산성 향상이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.
이런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일본의 쌀 공급은 매우 비탄력적입니다. 즉, 수요 변화에 맞춰 공급을 조절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뜻이죠. 그렇기 때문에 올해처럼 작은 수요 증가나 공급 감소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는 겁니다.
일본 쌀 정책의 딜레마
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합니다. 하지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.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:
1. 정치적 부담
일본 농촌은 전통적으로 집권 자민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입니다. 농가에 불리한 정책을 펼칠 경우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죠.
2. 식량 안보 논리
일본은 식량 자급률이 38% 수준으로 매우 낮습니다. 그나마 쌀만큼은 100% 자급하고 있어 식량 안보 차원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.
3. 농촌 공동체 유지
일본 정부는 쌀 농사를 통해 농촌 공동체와 전통문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.
이런 이유들로 인해 일본 정부는 비효율적이고 폐쇄적인 쌀 정책을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.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 내부에서도 변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.
새로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과거 농림수산부 장관 시절 "높은 쌀 가격이 오히려 소비자를 쌀에서 멀어지게 할 것"이라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. 과연 그가 총리로서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.
우리나라 쌀 시장에 대한 시사점
한편 우리나라는 일본과 정반대의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. 올해 풍작으로 쌀 가격이 크게 하락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죠.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.
우리나라 역시 높은 관세로 쌀 시장을 보호하고 있고, 정부가 생산량과 가격에 적극 개입하고 있습니다. 또한 농가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입니다. 이런 구조에서는 일본과 같은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.
따라서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쌀 산업의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. 보호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경쟁력을 키우고 시장 논리에 맞는 생산 구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. 동시에 농가 소득 보전과 식량 안보 등 공익적 가치도 함께 고려해야 하겠죠.
쉽지 않은 과제이지만, 농민도 살고 소비자도 만족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합니다.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우리의 쌀 정책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점검해볼 때입니다.